<시> 강가에서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

이태원단발여사 2021. 10. 14. 09:46

도종환 시에서 삶을 배우며...


포천 학저수지

강가에서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도종환

강물이 우리에게 주는 소리를
더 오래 듣고 있어야 했다
강물이 흘러 아래로 가는 뜻을
다 아는 듯 성급하게 전하러 다니기 전에

가르치려 하지 말았어야 했다
그게 강물의 힘줄이건 멈추지 않는
빛깔이건 오히려 물줄기 만날때 마다
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먼저
생각해야 했다

흘러가며 반짝이는 풀과 꽃들
만날 때 마다 꽃으로 열매로
올라가며 기를 쓰지 말고
뿌리 쪽으로 소리없이 내려가야 했다
어디서 이 실패는 비롯 되었는가
골똘해지기 전에

조금 고였다 싶으면 서둘러 바다로
이끌고 가려 한 건 잘못 이었다.

고여 넘쳐 저절로 흐름을
찾아 갈 때까지 한사리 가득 할 때까지
기다리지 못하고

내가 무엇에 애쓰려 하기 보다는
내 안에 무엇을 담느냐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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