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시> 달팽이 정호승 시

이태원단발여사 2022. 1. 17. 09:32

연약한 마음 단단한 껍질
정호승 시 달팽이 옮겨 봅니다!


달팽이


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
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
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길을 떠나지 않듯이
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길을 떠나지 않는다


이제 막 기울기 시작하는 달은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차돌같이 차다
나의 길은 어느새 풀잎에 젖어 있다
손에 주전자를 들고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아침 이슬을 밟으며
내가 가야 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


죄 없는 소년이다
소년이 무심코 나를 밟고 간다
아마 아침 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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