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시> 결혼 기차 문정희 시에세이

이태원단발여사 2021. 11. 23. 09:30

문정희 시인의 시에세이집 살아있다는 것은 중에 결혼기차를 옮겨 봅니다


결혼 기차


어떤 여행도 종점은 있지만
이 여행에는 종점이 없다
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에
한 사람이 기차에 내려야 할 때는
묶인 발목 중에 한쪽을 자르고 내려야한다

오,결혼은 중요해
그러나 인생은 더 중요해
결혼이 인생을 흔든다면
나는 결혼을 버리겠어

묶인 다리 한쪽을 자르고
단호하게 뛰어내린 사람도
이내 한쪽 다리로 서서
기차에 두고 온 발목 하나가
서늘히 제 몸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
그래서 서둘러 다음 기차를 또
타기도 한다

때따로 차창 밖을 내더보며
그만 이번 역에서 내릴까 말까
아이들의 손목을 잡고
선반에 올려놓은 무거운 짐을 쳐다보다가
어느덧 노을 속을
무슨 장엄한 터널을 통과하는

종점이 없어 가장 편안한 이 기차에
승객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


녹녹치 않은 인생의 길  후반에
공감이 가는 아픔이 느껴지는
시 구절이라 적어 보았네요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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