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시> 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

이태원단발여사 2021. 9. 12. 08:34

가을 아침이네요!가을에 들어서
또 다른 계절의 길로 들어선 아침에,
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
을 옮겨 봅니다.


가지 않을 수 없던 길


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
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
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
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
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.

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
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있다
그 길 때문에
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
내가 걷는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
내가 가지 않을수 있는 길은 없었다

그 어떤 쓰라린 길도
내게 물어오지 않고
같이 온 길은 없었다
그 길이 내 앞에
운명처럼 파여 있는길이라면
더욱 가슴 아리고
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
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
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
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
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

오늘 아침엔
안개 무더기로 내려
길을 뭉텅 자르더니
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
나를 혼자 버려둔다

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
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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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내앞에있던모든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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