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시> 나무 류시화 /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

이태원단발여사 2021. 9. 24. 08:30

가을 바람부는 하늘 아래, 나무를
바라보며,류시화 님의 나무
적어 봅니다.



나 무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류시화

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
나는 그  나무에게로 가서
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
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
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
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
나무는
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
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
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

내 집 뒤에
나무가 하나 있었다
비가 내리면 서둘러
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
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
다가오지 않을 때
그 바람으로 숨으로
나무는 먼저 한숨 지어 주었다
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
나무는 저희 잎을 버려
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

자연과 더불어 계절에서 인생을
배우며 가을을 맞이 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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